한국어버젼 ] 읽으며 떠올릴 그림이 아름답지 못할 것을 알아,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송구합니다. 제가 9살때 꾸었던 꿈입니다.
무더운 한 여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후 한시 근처인데, 이렇게 더운 날을 경험해 본적이 없어, 아이스크림 마냥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숙제 였는지, 다니던 성당 수녀님이 주신 숙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저는 달걀이 가득든 거대한 바구니를 할아버지댁에 가져다 드려야 했습니다. 바구니가 제 몸 보다 크기도 했고, 날도 너무 더워 집 밖에 나가기 싫었지만, 어쩐 일인지 싫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바구니에 들어있는 달걀이 부화하기 전까지 할아버지 댁에 가야 하는데, 바구니에서 계속 '삐약삐약'소리가 났어요. 그 소리가 점점 커지는데, 머리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것도 보였고,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도 들렸던 것 같습니다. 첫 달걀이 부화하는 순간, 빨간 차 옆에 놓인 커다란 돌이 보였습니다. 그 돌을 짚어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내려치기 시작했었요. 노란 병아리들이 부화하자 마자, 바구니에서 날아 오르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 놀라웠습니다. 삽시간에 온 동네가 빨간 피로 들어 찼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정말 많은 분들의 피가 모였습니다. 그렇게 온 동네가 피 바다가 되었는데, 빨갛게 흐르는 피 강물 위를 샛노란 병아리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엄청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란 병아리들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날아다니기도 하는데, 그 아래 씨뻘건 강이 흐르는 장면.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저를 바라 보다가, 피를 뒤집어쓴 제 자신과 눈을 마주치면서 잠에서 깼습니다. 피를 뒤집어쓴 제 자신이 잠들어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은 꿈이지만, 그게 또 꿈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나눴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큰 해악을 끼친 제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오랫동안 제 자신을 미워했던 기억이 있고, 또 그 미움 때문이었는지 이와 비슷한 꿈을 시리즈로 꿨었네요. 누굴 만나 꿈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꺼내 놓는 우수은 일화가 되기 까지 참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